오늘 저는 제(第)5대(代) 헌법재판소장(憲法裁判所長)의 임기(任期)를 마치고 정든 헌법재판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헌법재판관(憲法裁判官)으로서 지난 6년(年) 동안 우리 사회(社會)의 현안(懸案)과 국가적(國家的) 이슈를 고민(苦悶)하며 답(答)을 모색(摸索)하고 구(求)하던 과정(過程)은 진정(眞正) 보람되고 행복(幸福)한 시간(時間)이었습니다.

한편 헌법재판소장으로서 4년 가까운 시간들은 헌법(憲法)과 헌법재판(憲法裁判)의 진정한 의미(意味)와 역할(役割)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뇌(苦惱)하고 성찰(省察)하였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쉽지 않은 숙고(熟考)의 과정에서 제가 이룬 것들이 있다면, 이는 모두 동료(同僚) 재판관(裁判官)님들의 희생(犧牲)과 헌신(獻身), 사무처장(事務處長)·차장(次長)님, 헌법재판연구원장(憲法裁判硏究院長)님과 연구관(硏究官)들을 비롯한 헌법재판소 가족(家族) 모두의 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도움과 열정(熱情) 덕분(德分)이었습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힘차고 밝은 앞길을 함께 열어 왔던 헌법재판소 가족 모두에게 깊이 감사(感謝)드립니다. 

대법원과 헌법학계(憲法學界), 그리고 여러 자문위원(諮問委員)님들의 지원(支援)과 격려(激勵)도 적지 않았습니다.헌법재판소장으로 재직(在職)하는 동안 저를 비롯한 제5기 재판부(裁判部)에서는 국민(國民)의 기본권(基本權)의 본질적(本質的) 의미를 철저히 확인(確認)하고 그 보장(保障)의 폭(幅)을 꾸준히 넓혀왔습니다.

나아가 민주주의(民主主義)의 진정한 가치(價値)와 정신(精神)을 다시 확인하고, 낡은 법(法)과 제도(制度)에 대(對)해서는 개인(個人)의 자율(自律)과 인권(人權)을 크게 높이는 방향(方向)으로 바로 잡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社會的) 약자(弱者)와 소수자(少數者)에 대하여 지속적(持續的)인 관심(關心)을 기울이고, 경제불평등(經濟不平等), 양극화(兩極化) 등(等)으로 인하여 갈수록 심(甚)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葛藤) 해소(解消)와 사회통합(社會統合)에 기여(寄與)하는 길을 모색하였습니다. 

국제적으로는, 2014년 9월 ‘헌법재판과 사회통합’을 주제(主題)로 전(全) 세계(世界) 109개(個) 헌법재판기관(憲法裁判機關) 대표(代表) 등 305명(名)이 참가(參加)한 세계헌법재판회의(世界憲法裁判會議) 제3차 총회(總會)를 성공적(成功的)으로 개최(開催)하여, 한국(韓國) 헌법재판소의 국제적(國際的) 역할 제고(提高)에 큰 지평(地平)을 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시아 인권협약(人權協約)의 체결(締結)과 아시아 인권재판소(人權裁判所) 설립(設立) 등 인권보장(人權保障)을 위(爲)한 국제적 연대(連帶)를 공론화(公論化)하였으며, 참가국(參加國) 만장일치(滿場一致)로 이를 지지(支持)하는 서울 선언문(宣言文)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大韓民國) 헌법재판소는 2015년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憲法裁判所聯合) 상설사무국(常設事務局) 설치(設置)를 제안(提案)하였고, 2016년 8월 상설(常設) 연구사무국(硏究事務局)을 한국으로 유치(誘致)하였습니다.

상설 연구사무국은 우리나라가 운영(運營)하는 사법(私法) 분야(分野) 최초(最初)의 국제기구(國際機構)이자, 아시아 국가(國家)들의 헌법재판 제도의 발전(發展)을 이끌 구심체(求心體)로서, 역동적(力動的)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아시아 지역(地域) 전체(全體)의 인권보장과 평화구현(平和具現)을 위한 아시아의 비젼을 실현(實現)하며, 아시아 인권재판소의 설립을 주도(主導)할 기반(基盤)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국내외(國內外)에서의 성과(成果)들에 힘입어, 국민들께서는 대한민국의 헌법질서(憲法秩序)를 지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判斷)과 역량(力量)에 대하여 과분(過分)한 신뢰(信賴)를 보내 주고 계십니다.

헌법재판소를 믿고 아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眞心)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는 헌법 조항(條項)으로 완성(完成)되는 것이 아닙니다.민주주의는 계속(繼續) 가꾸고 정성(精誠)들여 키워나가야 합니다.

다양한 경제적(經濟的)·사회적(社會的) 영역(領域)에서 계층(階層) 사이의 이해관계(利害關係) 상충(相衝)과 사회적 대립(對立)을 방치(放置)한다면 국민의 불만(不滿)과 체제(體制)에 대한 불신(不信)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유럽과 미주(美洲) 여러 곳에서 이러한 분노(憤怒)가 표출(表出)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혹여(或如) 이러한 위험(危險)에 처(處)해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憂慮)됩니다.

사회적 갈등과 모순(矛盾)을 조정(調整)하고 헌법질서에 따라 해결책(解決策)을 찾는 데 있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政治的) 대의기관(代議機關)의 적극적(積極的)인 역할과 노력(努力)이 필요(必要)합니다.

정치적 기관(機關)들이 결코 갈등과 분열(分裂)을 조장(助長)해서는 안 되며, 대화(對話)와 타협(妥協)이 우선(優先)되어야 합니다.  

국민들께 구체적(具體的)이고 책임(責任) 있는 목표(目標)를 제시(提示)하고 실천(實踐)해야 합니다.우리 헌법 질서(秩序)에 극단적(極端的) 대립을 초래(招來)하는 제도적(制度的)·구조적(構造的) 문제(問題)가 있다면, 지혜(智慧)를 모아 빠른 시일(時日) 내(內)에 개선(改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希望)합니다.

헌법 개정(改正)은 결코 정치적 목적(目的)이 아니라, 인간(人間) 존엄(尊嚴), 국민 행복과 국가 안녕(安寧)을 더욱 보장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민주주의의 성공(成功)을 위해서는, 권력(權力)에 대한 견제(牽制)와 균형(均衡)이 더욱 실질화(實質化)되고, 법의 지배(支配)를 통(通)하여 시민(市民)의 자유(自由)와 평등(平等), 그리고 기본적(基本的) 인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헌법재판소가 수행(遂行)해야 할 역할과 비중(比重)이 이전(以前)과는 비교(比較)할 수 없을 정도(程度)로 막중(莫重)해졌습니다. 

더 나은 민주주의와 헌법과 법률(法律)의 확고(確固)한 지배를 통하여, 한 단계(段階) 더 성숙(成熟)하고 예측(豫測) 가능(可能)한 사회, 모두의 삶이 행복한 나라로 발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금(只今) 대통령(大統領) 탄핵심판(彈劾審判)이라는 위중(危重)한 사안(事案)을 맞아, 공정하고 신속(迅速)하게 절차(節次)를 진행(進行)하기 위하여 최선(最善)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분들에게 어려운 책무(責務)를 부득이(不得已) 넘기고 떠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세계의 정치(政治)와 경제질서(經濟秩序)의 격변(激變) 속에서, 대통령의 직무정지(職務停止) 상태(狀態)가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狀況)의 중대성(重大性)에 비추어, 조속히 이에 대한 결론(結論)을 내려야 한다는 점(點)은 모든 국민이 공감(共感)하고 있을 것입니다. 

남아 있는 동료 재판관님들을 비롯한 여러 헌법재판소 구성원(構成員)들이 각고(刻苦)의 노력을 다하여, 사건(事件)의 실체(實體)와 헌법·법률 위배(違背) 여부(與否)를 엄격(嚴格)하게 심사(審査)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최종적(最終的)인 헌법수호자(憲法守護者) 역할을 다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민들께서도 헌법재판소의 엄정(嚴正)하고 철저(徹底)한 심리(心理)를 믿고 지켜보아 주시기를 부탁(付託)드립니다.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훌륭한 헌법재판이란 직선(直線), 곡선(曲線), 그리고 색채(色彩)가 조화(調和)를 이룬 아름다운 음악(音樂)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사회의 지속성(持續性)을 의미하는 직선, 창의성(創意性)을 뜻하는 곡선, 그리고 다양성(多樣性)을 상징(象徵)하는 색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국민의 마음을 편안(便安)하고 즐겁게 하는 선율(旋律)이 되어야 합니다. 

드러난 분쟁(紛爭)의 겉모습을 일시적(一時的)으로 가리는 미봉책(彌縫策)이 아니라, 내포(內包)된 근원적(根源的)인 문제가 무엇인지 탐구(探究)하고, 따뜻하게 포용(包容)하면서도 동시(同時)에 깊이 있는 해결책을 찾아내야 하겠습니다. 

제가 2013년 헌법재판소장으로 취임(就任)하면서 말씀드렸던 「헌법」, 「국민」그리고 「역사(歷史)」라는 세 가지 거울을 항상(恒常) 가슴에 지니고, 결코 부끄러움이 없는 헌법재판소가 되기를 기원(祈願)합니다. 

이제 저는 헌법재판소를 떠나 바깥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재판소가 슬기로운 해법(解法)을 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

저는 헌법재판소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열(熱)과 성(誠)을 다한 기억(記憶)을 언제까지나 뿌듯하게 간직할 것입니다. 또 헌법재판소의 일원(一員)이었다는 사실(事實)을 600년 백송(白松)과 함께, 늘 영예롭고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해오는 선시(禪詩) 한 수로 제 소회를 대신할까 합니다.

몽과비란상벽허(夢跨飛鸞上碧虛)하니  꿈 속에 난새를 타고 푸른 허공에 올랐다가  

시지신세일거려(始知身世一遽廬)라. 비로소 이 몸도 세상도 한 움막임을 알았네. 

귀래착인한단도(歸來錯認邯鄲道)하니  한바탕 행복한 꿈길에서 깨어나 돌아오니  

산조일성춘우여(山鳥一聲春雨餘)라.  산새의 맑은 울음소리 봄비 끝에 들리네.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의 발전(發展)과 구성원(構成員) 모두의 행복(幸福)을 기원(祈願)합니다.

모두 안녕히 계십시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1월 31일  

헌법재판소장 박 한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