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旦의 아르메니아 - 제2신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시인 윤동주는 가을을 맞아 마음을 비우고 새로 다잡는 결의를 4연으로 나눠 부드럽게 포장하여 들려줍니다. 전형적인 한국 가을 하늘처럼 높고 파란 하늘 아래 문화탐방에. 나선 예레반 날씨는 선한 사람 만들기에 궁합이 딱 들어 맞는 날로 그냥 받아 들이기에 가슴 벅찬 길돌음이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 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 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 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 입니다.
그때 자랑스럽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과 씨를 뿌려 놓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겠습니다.

예레반 도심에 버티고 있는 공화국 광장(Republic Square), 소련 압제에서 해방되자 정부청사 부근의 거대한 분수광장 이름을 염원대로 지었다. 그 광장의 호스트 자리에는 역사문화 전시관이 정좌에 앉고, 그옆에 관공서가 자리잡아 이들의 문화 사랑과 자랑이 최우선이라는 국민 정서를 확연히 보여준다. 아르메니아 최초의 왕으로 국교를 선포한 그레고리 왕을 기리는 성 그레고리 대성당을 바로 중심 광장 남단에 20여년 전 신축하여 나라 기강을 세우는 주춧돌을 단단히 세우고 있다.

또한 북으로 한참 이어지던 번화가가 끝나는 지점에서 600여 대리석 계단을 거침없이 오르면 100m 쯤 고도가 높아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산정에 이르게 된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 뒤로 돌아서니 아르메니아의 영혼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아라랏산의 선명한 모습이 바로 눈앞에 다가 온다. 이를 보고서야 왜 힘들게 계단으로 오르도록 시설을 만들고, 그리 힘들게 훈련을 시키나 이해하게 된다. 그들 영혼 안식처, 하얀 눈으로 덮혀 있는 노아 방주의 신화를 간직한 아라랏산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명소가 바로 캐스케이드(cascade) 정상이다.

아르메니아 어머니로 칭송받는 성녀의 동상은 그 산정 옆에 의연한 자태로 한손에 칼을 들고 서 있다. 국가 건설의 모후가 인자함 대신 강한 칼과 방패로 무장하여 그 모습을 재현하다니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원을 돌아 그 모습에 가까워지니 어렴풋이 짐작되는 스토리가 그려진다. 그곳은 우리 동작동 현충원같은 시설로 국방의식 함양을 위한 시설이 밀집해 있었다. 사시사철 꺼지지 않는 영원의 불, 동상 좌우에 배치되어 전시중인 탱크, 대포, 미사일, 전투기 등 전시물과 박물관 전시품도 모두 충성심 기르기 교육성 사물들이었다. 지금도 이웃 아제르바이잔과 불편한 긴장과 대치가 지속되고 있어 국민들의 임전태세 점검을 위해 꼭 필요한 장소라고 여기니 그들 복잡한 이웃관계가 비로소 맘에 지폈다. 평화와 안정이 우선시 되는 코카사스 권역에 다툼 보다 친교와 안정의 은총이 충만해지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