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는 「猶와 豫라는 두 상상의 동물이 합쳐져서 구성된 한자어」에서 유래한 말로, ‘일을 실행하는 데 날짜나 시간을 미루거나 늦춤’이라는 뜻이다.

이 『猶豫』라는 짐승은 ‘의심이 많아 머뭇거리면서 결단을 못 내리는 동물들’로 《산해경》이라는 기서에 기록되어 있다.

즉, ‘猶(원숭이 유/오히려 유)’는 큰 노루처럼 생긴 원숭이인데, 나무를 무척 잘 타지만, 아주 작은 소리만 들려도 깜짝 놀라 나무 위로 달아나서 가지 속에 숨어 버린다. 그러다가 별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다시 내려와 놀다가도 또 조그마한 기척이라도 있으면 다시 기어 올라가서는 소리가 나지 않아도 차마 내려오지 못하고 매달려 있거나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하며 하루해를 보내고 만다.

그리고 ‘豫(큰 코끼리 예/미리 예)’라는 글자는 오른쪽에 象(코끼리 상)자가 들어있는 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코끼리는 코끼리인데 맘모스처럼 엄청나게 큰 코끼리라고 《설문해자》에도 설명되어 있는데, 그 큰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의심이 많아서, 개울을 건널 때는 행여 해치는 자가 없나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건너지도 못하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猶’나 ‘豫’처럼 의심이 많고 조심하는 성격 때문에 망설여 일을 실행하지 아니한 것처럼‘소송 행위를 하거나 소송 행위의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하여 일정한 기간을 둔다.’는 의미의‘선고유예’, ‘기소유예’, ‘집행유예’와 같이 쓰인다.

사족을 달면 《산해경(山海經)》은 BC 6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山經과 海經으로 되어 있으며, 중국 각지의 산과 바다에 사는 인면수신(人面獸身)의 신들과 제사법 및 산물을 기록하였다. 내용 중에는 상상의 생물이나 산물이 있어서 지리서라고 하지만 전설 속의 신화 지리라고 여겨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