迂齋(우재)가 말하였다. “이 편은 곧 경계하고 공격하는 문체이며 반문하는 문자의 격식이니, 마땅히 <歐陽公(구양공)이> 范司諫(범사간)에게 올린 편지와 서로 겸해 보아야 할 것이다. 歐陽公(구양공)이 范公(범공)에게 올린 편지에 이르기를 ‘退之(퇴지)가 爭臣論(쟁신론)을 지을 때를 당하여 陽城(양성)의 간의대부가 된지 이미 5년이 되었다.
그 2년뒤에 양성은 비로소 陸贄(육지)를 조정에서 논하고 裵廷齡(배정령)이 재상이 됨을 저지 하였으나, 겨우 이 두 가지 일 뿐이다. 德宗(덕종) 때를 당하여 다사다난하고 이를 만하니, 어찌 말할 만한 일이 없어서 7년을 기다린단 말인가? 그리고 어찌 裵廷齡(배정령)이 재상이 됨을 저지하고 陸贄(육지)를 논하는 두 가지 일보다 더 급한 것이 없겠는가?
陽城(양성)은 다행이 諫官(간관)이 된 지 7년 만에 마침 이 두 가지 일을 당하여 한번 간 하고서 파직되어 그 책임을 다 하였으니, 그 때 가령 5~6년만 하고 마침내 司業(사업)으로 轉職(전직)하였더라면 이는 마침내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나간 것이 된다.’ 하였다.”
○살펴보건대 韓公(한공)의 의논과 歐陽公(구양공)의 편지는 극진 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陽城(양성)은 끝내 唐(당)대의 현인이 되었으니, 이는 지을 수가 없는 사실이다.
歐陽公(구양공)이 이르기를 ‘당시의 일이 어찌 裵廷齡(배정령)을 저지하고 陸贄(육지)를 논하는 것보다 급한 일이 없겠는가?’ 하였는데, 이는 옳지 않은 듯하다. 어진재상을 논하여 구제하고 간사스러운 재상을 저지함은 천하의 일이 이보다 큰 것이 있겠는가?
가사 陽城(양성)이 애당초 하찮은 일로 그 군주에게 시끄럽게 간했더라면 이러한 대사는 마치 말하지 못하고 떠나 간지가 오래일 것이니, 뒤로써 전일의 부족함을 보충함에 또한 부끄러울 것이 없으니, 독자는 韓公(한공)과 歐陽公(구양공)의 말 때문에 陽城(양성)이 참으로 침묵을 지키기만 하여 賢人(현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어떤 사람이 간의대부 양성에 관하여 나에게 이렇게 질문하였다. 그 분은 올바른 도를 터득한 선비라 할 수 있지요. 학문이 넓고 들어 아는 것이 많지만 남들에게 명성이 알려지기를 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옛사람들의 올바른 도리를 행하여 진의 시골에 살고 있는데 진의 시골 사람들 중에는 그의 덕에 감화되어 선량하게 된 이가 수천 명이나 됩니다.
大臣聞以薦之天子하여 以爲諫議大夫하니 人皆以爲華로되 陽子不喜하고 居於位五年矣로되 視其德하니 如在草野라 彼豈以富貴移易其心哉리오
(대신문이천지천자 이위간의대부 인개이위화 양자불희 거어위오년의 시기덕 여재초야 피기이부귀이역기심재)
한 대신이 그런 말을 듣고 천자에게 추천하여 그는 간의 대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영예로운 일로 여겼으나 양성은 기뻐하는 기색도 없었습니다. 그 벼슬자리에 오 년이나 있었으나 그의 덕행을 보면 여전히 초야에 있을 때나 같습니다. 그 분이야말로 어찌 부귀 때문에 그의 마음을 바꿀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愈應之曰 是易所謂恒其德貞하니 而夫子凶者也니 惡得爲有道之士乎哉아
(유응지왈 시역소위항기덕정 이부자흉자야 악득위유도지사호재)
나는 그 말에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것은 <역경>에서 말 한 바 ‘그의 덕이 일정한 것은 좋은 일이나 남자로서는 흉할 것이다’고 한 것이니 어찌 올바른 도리를 터득한 선비라 할 수 있겠소?
<역경> 고괘의 상구에 말하기를 임금은 섬기지 아니하고
자기의 일만 고상히 지킨다. 하였고 건괘의 육이 에선 또 말하기를’ 임금의 신하는 충성을 다하는데 자신을 위한 때문은 아니다.‘고도 하였소 이것은 그가 처신하는 때가 같지 않고 그가 행할 덕행도 같지 않기 때문이 아니요.
만약 고괘의 상구처럼 나라에 아무 소용도 없는 처지에 있으면서 자신도 돌보지 않는 절의를 다한다든가. 건괘의 육이처럼 신하된 지위에 있으면서 임금은 섬기지 않고 자기만 고상히 지내려는 마음을 지닌다면 함부로 나아가는 환난이 생겨나거나 관직을 태만히 한다는 비난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의 뜻은 법도로 삼을 만한 것이 못되고 재앙이 끝내는 없을 수가 없게 될 것이오.
지금 양자(양성)은 실로 한 명의 필부에 지나지 않소 벼슬자리에 있은지 오래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천하의 정치에 관한 득실을 익히 들어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며 그에 대한 천자의 대우도 융숭하지 않은 것이 아니오. 그런데도 일찍이 정치에 대하여는 한 마디도 발언한 일이 없소. 정치에 관한 득실을 보는 눈이 마치 남쪽 월나라 사람이 북쪽 진나라 사람들이 살지고 여윈 것을 보는 것과 같이 무관심하여 그의 마음에는 기쁨이나 슬픔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오. 그의 벼슬에 대하여 물어보면 간의대부라 하고 그의 녹봉에 대하여 물어보면 하대부의 녹을 받는다고 하면서 정치에 대하여 물어보면 곧 ‘나는 모른다’고 대답하고 있소. 올바른 도리를 터득하고 있는 선비라면 정말 이럴 수가 있겠는가.
또한 내가 듣건대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의 직책을 다할 수 없을 때는 자리를 떠나야 하고 언론의 책임을 진 사람이 그의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 하였소. 지금 양성은 그의 말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그가 말해야 할 것은 알면서도 말하지 않은 것과 그가 말할 것을 알지 못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모두가 옳지 않은 일이오. 양성은 봉록을 위해서 벼슬했던 것일까요. 옛날 사람들이 말하기를 ‘벼슬은 가난하기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나 가난하기 때문에 하는 경우도 있다.’ 하였는데 봉록을 위해 벼슬하는 경우를 두고 말한 것이오. 그렇다면 마땅히 높은 자리는 사양하고 낮은 벼슬을 할 것이며, 부귀는 사양하고 가난한 자리에 처신해야 할 것이니 문지기나 순라꾼 같은 것이 좋을 것이오.
공자께서도 일찍이 창고의 출납관인 위리를 지냈고 소양을 맡아 기르는 승전 노릇도 하셨소. 그러나 감히 그의 직책을 태만히 하지는 아니하시고 위리로서는 반드시 출납의 회계를 정확히 해야만 했을 뿐이고, 승전으로서는 반드시 소와 양을 잘 길러야만 한다고 하셨소. 양성의 직위와 봉록은 낮고 가난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한데도 이와 같으니 그를 옳다고 할 수가 있겠소.
그 사람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양성은 윗사람을 비방하기 싫어하고 신하로써 자기 임금의 잘못을 들추어내어 명성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임금을 간하기도 하고 주장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알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경>에 이르기를 ‘그대에게 좋은 계책이나 좋은 방법이 있다면 곧 들어가 그대 임금에게 고하고 그대는 곧 밖에서 그것에 따르면서 말하기를 그 계책과 그 방법은 오직 우리 임금님의 성덕에서 나온 것이오 하고 말해야만 한다’ 하였습니다. 양성의 마음 쓰임도 이와 같은 경우일 것입니다. ”나는 이 말에 이렇게 응답하였다. “만약 양성의 마음 쓰임이 그와 같다면 그것이야말로 미혹된 것이라 하겠소. 들어가서는 그의 임금을 간하고 나와서는 남들이 알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은 대신과 재상들의 할 일이지 양성 같은 사람이 행애야할 일이 아니오.
양성은 본시 평민으로서 초야에 숨어 지내던 사람이오. 임금께서는 그의 행실이 올바름을 가상히 여기시어 이런 자리에 발탁한 것인데 이 벼슬은 간해야 하는 명분을 지닌 것이오. 진실로 올바로 그의 직책을 받들어 사방 사람들과 후대 사람들로 하여금 조정에 곧은 말을 하는 간직한 신하가 있고 알게 하시기를, 천자께서는 상을 잘못 내리는 일 없으시고 간하는 말을 물이 흐르듯 따르시는 아름다운 행동이 있음을 알게하여 모든 동굴에 숨어사는 선비들도 그런 말을 듣고 흠모하여 띠를 두르고 머리를 묶어 몸을 단정히 하고 궁궐 아래로 나아가 그의 이론을 폄으로써 우리 임금을 요순처럼 되게 하여 위대한 명성이 영원히 빛나게 하도록 하여야만 할 것이오.
혹자가 말하기를, 양자가 명성이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았으되 사람들이 그의 명성을 듣게 되고 쓰여지기를 구하지 않았으되 임금이 그를 등용하셨습니다. 부득이하여 벼슬을 하게 되었지만 그의 도리를 변함없이 지켜왔거늘 어찌하여 선생님께서는 이토록 심하게 비난하는 것입니까?“ 내가 대답하였다. 예부터 성인이나 현명한 선비들은 모두 자기 명성이 알려지고 임금에게 쓰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었소.
閔其時之不平과 人之不乂하여 得其道면 不敢獨善其身이요 而必兼濟天下也하여 孜孜矻矻하여 死而後已라 故 禹過家門不入하시고 孔席不暇暖하시고 而墨突不得黔하니 彼二聖一賢者 豈不知自安逸之爲樂哉리오마는 誠畏天命而悲人窮也라
(민기시지불평 인지불예 득기도 불감독선기신 이필겸제천하야 자자골골 사이후이 고 우과가문불입 공석불가난 이묵돌부득검 피이성일현자 기부지자안일지위락재 성외천명이비인궁야)
그 시대가 평화롭지 아니하고 사람들이 잘 다스려지지 않음을 가엾이 여기어 자신이 터득한 도리로써 감히 그 자신마을 잘 간수하지 아니하고 반드시 온 천하를 아울러 구제하려고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여 죽은 뒤에나 그만두려고 하였소. 그러므로 하나라 우임금은 천하의 물을 다스리리느라고 그의 집 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지 못하였고 공자는 앉은 자리가 따스해질 겨를도 없이 돌아다녔고 묵자의 집 굴뚝은 까맣게 될 여가가 없었소 그들 두 분의 성인과 한 분의 현인들도 어찌 자신이 편안히 지내는 것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겠소 진실로 하늘의 명을 두려워하고 사람들의 곤궁함을 슬퍼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지요.
夫天授人以賢聖才能이 豈使自有餘而已리오 誠欲以補其不足者也라 耳目之於身也에 耳司聞而目司見하여 聽其是非하고 視其險易然後에 身得安焉하나니 聖賢者는 時人之耳目也요 時人者는 賢聖之身也니라 且陽子之不賢인댄 則將役於身하여 以奉其上矣요 若果賢인댄 則固畏天命而閔人窮也니 惡得以自暇逸乎哉아
(부천수인이현성재능 기사자유여이이 성욕이보기부족자야 이목지어신야 이사문이목사견 청기시비 시기험이연후 신득안언 성현자 시인지이목야 시인자 현성지신야 차양자지불현 칙장역어신 이봉기상의 약과현 칙고외천명이민인궁야 오득이자가일호재)
하늘이 사람들에게 현명하고 성인다운 재능을 내려준 것은
어찌 자신만을 위하여 여유있게 그것을 지니라고 그런 것일 따름이겠소. 진실로 그것이 부족한 사람들을 보충해 주라는 뜻이 있는 것이오. 몸에 있어서의 귀와 눈을 보면 귀는 듣는 일을 맡고 눈은 보는 일을 맡아서 옳고 그른 것을 들어 분별하고 험난하고 평이한 것을 보고 안 뒤에야 몸은 편안할 수가 있는 것이오. 성인과 현인이란 그 시대 사람들의 귀와 눈이나 같고 그 시대 사람들이란 성인과 현인의 몸이나 같은 것이오. 그러니 양자가 현명하지 않다면 곧 몸에 부림을 받음으로써 그의 윗 사람들을 받들어야 할 것이요. 만약 정말로 현명하다면 곧 진실되게 하늘의 명을 두려워하고 사람들의 곤궁함을 가엾이 여겨야만 할 것이오.
어찌 스스로 한가히 편하게 지내고 있을 수 있겠소?
或曰 吾聞君子는 不欲加諸人하며 而惡訐以爲直者라하니 若吾子之論은 直則直矣어니와 無乃傷于德而費於辭乎아 好盡言以招人過는 國武子之所以見殺於齊也나 吾子其亦聞乎아 愈曰 君子 居其位則思死其官하고 未得位則思修其辭以明其道하나니 我將以明道也요 非以爲直而加人也니라
(혹왈 오문군자 불욕가제인 이오알이위직자 약오자지론 직칙직의 무내상우덕이비어사호 호진언이교인과 국무자지소이견살어제야 오자기역문호 유왈 군자 거기위칙사사기관 미득위칙사수기사이명기도 아장이명도야 비이위직이가인야)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제가 듣건대 군자는 남에게 공격을 가하려 하지 않고 남의 잘못을 들추어 냄으로서 자신은 곧다고 여기는 것을 싫어한다 했습니다. 선생님의 이론은 곧기는 곧으나 덕을 손상시키며 말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할 말을 다 하면서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기 좋아하는 것은 옛날 국무자가 제나라에서 죽음을 당했던 까닭입니다. 선생님께서도 그 일을 들으셨겠지요.?” : 내가 대답하였다 군자란 벼슬자리에 있게 되면 그 관직을 죽음으로써 수행하려 하고 벼슬을 얻지 못하면 그의 이론을 닦아가지고 올바른 도리를 밝히려 하는 법이오. 나는 도리를 밝히려는 것이지 곧은 체 하면서 남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오.
또한 국무자는 착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으면서도 어지러운 나라에서 할 말을 다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래서 죽음을 당했던 것이오. 전에 이르기를 ‘오직 착한 사람 만이 할 말을 다하는 것을 받아줄 수 있다’하였는데 그것은 그 말을 듣고서 잘못을 고칠 수 있기 때문이오. 당신은 내게 말하기를 ‘양성은 올바른 도리를 터득한 선비라 할 수 있다.’ 하였소. 지금은 비록 불충분한 점은 있다 하더라도 양성은 착한 사람이 될 수가 없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