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한자어교육진흥회 박필립박사

다문화(多文化) 가정(家庭)이 겪는 여러 어려움 중 대표적인 것을 들라하면 필자는 서슴없이 언어적인 어려움을 들 것이다. 
왜냐하면 언어란 ‘인간의 사상(思想)이나 감정(感情)을 표현하고, 의사(意思)를 소통(疏通)하기 위한 소리나 문자 따위의 수단’이라는 국어사전의 풀이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중요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하면 사회생활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것도 자명(自明)한 사실이지만 우선적으로 가족 간에 언어적인 소통이 발생하게 되어 다문화 가정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부 사이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여 신혼 초에는 사랑과 이해로 출발하였어도 급기야는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빈도가 자주 반복되면서 사랑과 이해보다는 현재의 상황에서 받는 수많은 갈등으로 인하여 부부간의 불화로 이어지고 이러한 현상은 곧바로 곁에서 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전달되어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불안 요인으로 자리 매김 되어 져서 결국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부적응 현상까지 초래하는 심각한 여러 문제를 제공하는 단초(端初)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언어적인 어려움이 가장 근본적인 다문화가정의 문제점임에도 이들을 위한 여러 사회교육기관의 지원책에 들어 있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는 한글 자모음(字母音)으로 시작하는 기초교육에서 낱말지도로 이어지는 교육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순 한글 교육만이 한국어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교육 내용은 한국어 즉 우리가 사용하는 어문생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동음이의어(同音異意語)와 다의어(多意語)에 대한 특징을 간과(看過)한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부정’이라는 낱말만 보더라도 不正, 不定, 不貞, 不淨, 否定, 父情 같이 음은 같지만 글자와 뜻이 다른 말이 많기 때문에 동음이의어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생활에서의 활용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근본적인 언어생활의 어려움을 해소(解消)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우리 국어는 소리글자인 한글과 뜻글자인 한자로 구성되어 있어서 언어적인 이상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은 한글 교육만이 우리 문화의 전통을 이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다문화’라는 용어부터가 한자어이다. 다시 말해 ‘文化’라는 단어에다 ‘많을 다(多)’자를 붙여 만든 합성어이다. 이러한 다문화 가정이라는 용어는 국제결혼가정, 혼혈아처럼 차별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용어를 대체하기 위하여 우리와 다른 민족 또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된 가정이라는 의미로 2003년 건강시민연대가 제안하여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지만, 의사소통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결과 약 1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올바른 언어교육의 부재로 인한 자녀 교육 문제는 물론 어눌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동급생 간의 왕따 문제에다 가정에서 마저 가족관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다문화가정의 여러 가지 현란한 지원책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치유책(治癒策)이 바른 언어교육이어야 한다는 점을 직시(直視)하고 더 많은 관심과 노력(努力)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바른 언어를 구사(驅使)할 줄 알아야 동급생(同級生)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 때 진정한 우리 사회의 일원(一員)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