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사법농단' 셀프재판? "누가 승복하겠는가"

마지막 궁지에 몰린 상황을 말하는 『이판사판』은 「이판(理判)+사판(事判)」의 합성어로 「어떤 일이 막다른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理判」은 ‘참선 · 경전 공부 · 포교 등 불교의 교리를 연구하는 승려’이고, 「事判」은 ‘절의 산림(山林)을 맡아 하는 승려’이다. 산림(産林)이란 절의 재산 관리를 뜻하는 말인데 ‘살림을 잘한다.’에 쓰이는 ‘살림’이 여기서 유래되었다.

한말의 국학자 이능화가 쓴 『조선불교통사』 하권 「이판사판사찰내정」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판승과 사판승을 설명한다. “조선 사찰에는 이판승과 사판승의 구별이 있다. 「理判」이란 참선하고, 경전을 강론하고, 수행하고, 홍법 포교하는 승려로, 속칭 학승(學僧)이라고도 한다. 「事判」은 생산에 종사하고, 절의 업무를 꾸려나가고, 사무행정을 해나가는 승려로, 속칭 산림승(山林僧)이라고도 한다. 「理判」과 「事判」은 그 어느 한쪽이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상호관계를 갖고 있다. 이판승이 없다면 부처의 지혜광명이 이어질 수 없다. 사판승이 없으면 가람이 존속할 수 없다.”

그런데 이 『理判事判』의 뜻이 전이되어 막다른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을 비유하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게 된 데에는 조선 시대의 억불 정책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즉, 승려가 최하 계층의 신분으로 전락했을 뿐만 아니라, 도성 출입 자체가 금지되었다. 자연히 당시에 승려가 된다는 것은 막다른 인생의 마지막 선택으로 인식되었으므로, 이판이나 사판은 그 자체로 ‘끝장’을 의미하는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