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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列傳 故事(49)鷄鳴狗盜[계명구도]
안종운  |  한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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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3  05: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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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운  한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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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列傳 故事(49)鷄鳴狗盜[계명구도] 

❏《사기》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
鷄 닭 계, 鳴 울 명, 狗 개 구, 盜 훔칠 도

❏풀이: 닭의 울음소리와 개 도둑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처럼 변장하여 좀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즉 하찮은 재주를 가진 사람도 쓸모 있을 때가 있음을 말한다.

❏구조: 鷄↪鳴, 狗↪盜
•鷄↪鳴(계명):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
-鷄(닭 계) 새벽을 알리는 ‘닭’

-鳴(울 명) 닭의 울음 소리를 흉내내다. •狗↪盜(구도): 개처럼 (개구멍으로 기어들어가)도둑질을 할 줄 아는 사람
-狗(개 구) 개처럼 좀도둑질하는 천한 재주
-盜(도둑 도)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

❏유래:
전국 시대(戰國時代) 중엽, 제(齊)나라의 왕족으로 설(薛) 땅의 영주가 된 맹상군(孟嘗君) 전문(田文)은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손님 대접이 후하기로 소문이 났다.

그는 무엇이든 한 가지 재주가 있으면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후대했으므로, 그의 저택에는 3,000명이나 되는 식객들이 들끓었다고 한다.

그는 그들의 재주를 기록해 두었다가 곤란한 경우를 당한 친지가 있으면 즉시 딱 들어맞는 사람을 보내어 도와주곤 했다.

그러다 보니 그의 덕망과 명성은 천하에 알려졌고, 덩달아 제나라 역시 위상이 높아졌다.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은 그런 맹상군을 흠모하여 자기네 나라로 정중히 초청했다. 제왕(齊王)이나 맹상군도 국제 관계로 볼 때 그 초청에 응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았으므로, 맹상군은 식객 중에서 엄선한 십여 명만 데리고 진나라에 들어갔다.

진왕을 배알한 맹상군은 많은 예물을 바쳤는데, 그중에서도 진왕을 홀딱 반하게 한 것은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가죽 여러 장을 이어서 만든 호백구(狐白裘)라는 갖옷이었다.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명품을 얻어 대단히 흡족한 진왕은 겨울이 되면 사용하려고 그것을 보물 창고에 소중히 보관하도록 명했다. 그런 다음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 맹상군을 융숭하게 대접하고, 그를 진나라의 재상으로 기용하려고 했다. 깜짝 놀란 것은 진나라 대신들이었다.

“전하 그는 제나라 왕의 일족입니다. 그런 사람을 이 나라 재상으로 등용하는 것은 불가할 뿐 아니라 마음을 놓을 수도 없습니다.”

“짐이 이미 그 말을 내비쳤으니 어쩐다?”
“눈 딱 감고 목을 베십시오. 그래서 후환을 없애는 것이 상책입니다.”

진왕은 양심과 체면상 차마 그런 가혹한 짓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맹상군을 영빈관에 머물게 했는데, 사실상 연금 상태나 다름없었다.

눈치 빠른 맹상군은 상황이 급변하여 자기한테 위험이 닥쳐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러던 때 마침 진왕의 아우가 찾아왔다. 그는 맹상군을 흠모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맹상군은 진왕의 아우를 붙들고 도움을 청했다. 진왕의 아우는 형인 왕이 끔찍이 사랑하는 연희(燕姬)를 찾아가서 맹상군 구명 운동을 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연희가 말했다.
“그야 어렵지 않죠. 대신 저한테도 호백구 한 벌을 바치라고 하세요.”

왕의 아우가 돌아와서 전하자, 맹상군은 기가 막혔다. 이미 진왕한테 헌상해버린 호백구를 당장 어디서 또 구한단 말인가! 일단 알았노라고 하고 왕의 아우를 돌려보낸 맹상군은 부하들과 상의했다.

그러자, 도둑질 솜씨가 귀신같은 자가 나서며, 자기가 왕의 보물 창고에 잠입해 호백구를 훔쳐 내겠다고 했다. 별로 떳떳한 방법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으므로, 맹상군은 허락하고 말았다.

그 날 밤, 좀도둑의 달인은 개가죽을 뒤집어쓰고 대궐에 잠입하여 보물 창고에 접근했는데, 하는 짓이 워낙 개와 흡사한 데다 컴컴했기 때문에 창고지기는 자기가 기르는 개인 줄 알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좀도둑은 창고지기가 잠들기를 기다려 살며시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 호백구를 감쪽같이 훔쳐내는 데 성공했다.

이튿날, 맹상군은 진왕의 아우가 찾아오자 시치미를 떼고 호백구를 내주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왕의 아우는 그것을 가지고 연희를 찾아갔다. 매우 기뻐한 연희는 왕에게 간청했다.

“듣자니까 맹상군이 죽게 된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런 출중한 인물을 해친다면 세상이 전하를 어떻게 볼 것이며, 천하의 어느 어진 선비가 이 나라를 찾아오겠습니까? 그 사람을 붙잡아 둔다 해도 소인배들의 참소가 끊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을 것이니, 하루빨리 자기 나라로 보내 버리는 게 상책일 것입니다.”

진왕도 과연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날이 밝자 마자 맹상군을 풀어 주었다. 위기에서 놓여난 맹상군은 진왕의 마음이 변하거나 호백구 절취 사건이 발각날새라 부지런히 마차를 몰았다. 그리하여 한밤중에 함곡관(函谷關)에 다다랐으나,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첫 닭이 울어야만 관문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 짐승소리의 달인이 마을로 달려가서 ‘꼬끼오!’ 하고 닭소리를 냈다. 그러자 집집마다 닭들이 덩달아 목을 뽑아 울어댔다.

관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잠이 덜 깬 채 관문을 열었고, 맹상군 일행은 부리나케 빠져나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얼마 후 추격대가 도착했으나 허탕을 치고 말았다.

무사히 귀국한 맹상군은 탈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식객들에게 큰 상을 내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추켜세웠다.

“내가 목숨을 구한 것은 순전히 이들 ‘계명(鷄鳴)과 구도(狗盜)’ 덕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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